320x100
뜨개가 요즘 내 주요 관심사가 되었다.
처음엔 크레를 키우면서 크레의 은신처나 해먹을 만들어주려고 가볍게 코바늘부터 시작했다. 모양도 울퉁불퉁하고 콧수도 좀 틀렸지만 세상 하나뿐인 레어템이라고 생각하며 아이들 집에 장식을 해줬었다. 그러다가 점점 사람이 쓸 수 있는 작은 소품들을 유튜브를 보며 만들기 시작했다. 티코스터, 컵홀더, 작은 가방.. 초보를 위해 잘 설명해 놓은 채널들이 참 많았다. (바늘이야기 김대리, 아델코바늘, 털몽치, 디어코바늘을 많이 봤다.)
그러다가 입을 수 있는 옷이 뜨고 싶어졌다. 그러려면 대바늘은 선택이 아닌 필수였다. 코바늘로 만든 편물은 대체로 딱딱하고 단단하고 대바늘로 만든 편물은 하늘하늘하고 부드러웠기 때문이다. 대바늘은 바늘세트부터 가격이 넘사벽이었다. 그래서 코바늘을 시작할 무렵 [대바늘은 건드리지 말아야지.] 라고 생각했는데 그 다짐은 무너졌다. 대바늘에 눈독을 들이며 난이도 쉬운 제품을 찾다가 바늘이야기 사이트에서 서틀 드리프터 베이직 조끼를 발견했다. 조끼가 필요한 남자 친구에게 입히면 아주 좋을 것 같은 도안이었다. 당장 바늘이야기로 달려가서 호기롭게 필요한 준비물들을 구입했다. 올해 2월에 구매해둔 그 패키지는 여름이 다 되도록 자라나지 못하고 몇 단 못가 푸르시오를 반복하다 뜨개실 박스에 들어갔다.
실 한볼이 꽤 비싼데.. 바늘도 두 개나 샀는데.. 이대론 안되겠다고 생각한 나는 7월에 당당히 바늘이야기 취미반에 등록을 했다. 바늘이야기 취미반은 자유롭게 패키지를 골라 모르거나 어려운 부분을 선생님께 개인지도를 받을 수 있는 상시모집 과정이다. 한 반에 10명이 정원인데 수요일과 토요일에 수업이 있고 한 번 수업을 들을 때 마다 두 시간씩 수업을 한다.
*바늘이야기 취미반 수업시간*
수요일 오전반 (10:30~12:30)
수요일 오후반 (14:00~16:00)
수요일 저녁반 (18:00~20:00)
토요일 오전반 (10:30~12:30)
토요일 오후반 (13:30~15:30)
토요일 오후반 (14:00~16:00)
잔여석이 있는지는 바늘이야기 홈페이지에서 문의하기로 문의하면 실시간으로 알려준다. 토요일은 오후에 한 자리가 남아있다고 하여 예약을 걸어놓고 다음날 바로 등록했다. C4D수업 이후로 학원에서 듣는 수업은 참 오랜만이었다. 그치만 수업이라기 보다는 사실 공방같은 느낌이었는데(공방은 안가봤다), 개별적으로 질문이 있을 때만 지도를 해주셨기 때문이다. 나를 제외하곤 다들 여러번 수업에 참여하신 듯 하였고 멋진 작품을 뜨시는 분들이 많아보였다. 목도리와 바라클라바만 떠본 나 뜨린이. 그동안 떴다가 코수가 안맞았지만 또 푸르긴 싫었던 조끼를 보여드리자 선생님께서 너무 헐겁다며 푸르시오를 권하셨다. 좀 더 촘촘히 떴어야 했던 것이다. 어쩐지 이상하게 구멍이 숭숭 났더라... 이번이 마지막이다 생각하며 다 풀었다. 그리고 다시 시작했다.
집에서 뜰 때는 아무리 정확하게 한다고 해도 계속 한 두코 정도 틀렸는데, 정말 신기하게도 학원에서는 콧수가 정확하게 맞았다. 2시간은 매우 후딱 지나갔다. 초반 부분은 하도 푸르시오를 해서 아는 부분이라 질문할 것이 많지 않았다. 그렇게 다음주를 기약하며 아는 부분만 뜨다가 집으로 돌아왔다. 바늘이야기에 걸려있는 실물은 L이었는데 사이즈가 꽤 커 보였다. 결국 남자 친구와 상의 끝에 L 사이즈로 바꾸기로 하고 또 푸르시오를 하고 다시 떴다. 집에서 뜨는동안 진도가 훅훅 나가서 모르는 부분이 나왔다. 코를 쉬게 하는 방법이 뭐죠? 수요일쯤이었는데 학원에 가기까진 시간이 너무 많이 남은 것이었다. 못참고 또 바늘이야기 사이트에 문의하기를 하였다. 친절히 가르쳐 주셨다. 나는 장비가 없으므로 뒷판을 다 뜬 후 돗바늘로 코를 꿰어서 쉬게 해놓기로 했다. 대바늘을 하면서 가장 두려운 부분이 코수정과 코빠짐이었는데 뒷수습은 미래의 나에게 맡겨두기로 했다. 뭔가 고수들에겐 코를 다시 잘 끼우는 방법이 있겠지? 그 후 집에서 양 어깨를 다 뜨고 앞판도 거의 다 뜬 상태로 2주차 수업에 갔다.
320x100
'interest'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독립출판물] 우리는 생각이 많게 태어났잖아요 (0) | 2024.06.29 |
---|---|
재활을 시작했다. (16) | 2023.07.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