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ry

22년 2번의 이사?

2023. 1. 20.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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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한 집 :)

22년 7월 18일. 한 번의 이사가 있었다.

심적으로도 시간적으로도 여유가 없었던 그 때에는 급하게 남자친구 회사 근처에 있는 오피스텔로 빠르게 집을 결정했다. 보증금이 크지 않은 월세여서 보증금을 위한 대출을 받지 않고 갈 수 있었다. 신축급이었기 때문에 깔끔하고 쾌적했으며 무엇보다 남자친구의 직장과 거리가 가까웠다. 내가 학교갈 때 불편한 것을 조금 감수하면 그럭저럭 버틸만 할 거라고 생각했다.

 

22년 12월. 두 번째 이사를 준비하다. 

한 달에 나가는 월세 금액이 너무 컸다. 전세왕 뉴스가 연일 유튜브에 올라왔지만 어떻게든 주거비용을 낮추고 싶었다. 우리의 조건에서 받을 수 있는 저렴한 대출이 있다면 이사를 가서 주거비용을 낮추는게 좋지 않을까? 우리는 우리만의 방식으로 세상을 살아가고자 하는 커플이다. 이 사회가 인정하는 보수적인 가족의 형태를 갖추어 살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자연스레 결혼식도 혼인신고도 하지 않고 둘만의 믿음으로 더 굳건하게 잘 살아내보자고 생각하며 그렇게 몇 달간을 지냈다. 금리가 이렇게 올라가지 않았다면 계속 그랬겠지.

주거비용을 줄이기 위해 전세집으로 옮기게 된다면 그것은 대출이 필요하다는 말이었고, 지금 우리가 일으킬 수 있는(감당 가능한 금리의) 대출은 신혼부부 버팀목 전세자금 대출 뿐이었다. 혼인신고. 정말 하고 싶지 않았지만 우리 둘 사이의 관계에는 변할 것이 없고 혼인신고를 함으로 인해 나에게 닥칠 불이익을 충분히 이해하는 남자친구가 있었기에 그 대출이 가능한 집으로 이사가기로 마음 먹었다.

그렇게 주말마다 집을 보러 다니다가 마음에 드는 집을 발견했고 은행에 가서 대출이 나오는 집인지, 우리의 조건으로 대출금이 얼마나 나올지 알아보았다. 이 과정에서 은행을 하루에 두 번이나 방문했다. 그리고 가계약금을 넣었다. 일주일 뒤 계약을 하고 은행에 가서 필요한 서류를 제출하면서 대출관련 서류를 우르르르 작성했다. 은행직원의 오해로 잠시 대출금이 원하는 만큼 나오지 않을 수 있다는 소동이 있었지만 잘 극복하고 은행에 간지 3시간만에 무사히 신청을 완료할 수 있었다.

 

23년 1월. 이사하다.

연말은 정말 어수선했다. 집을 알아보는 과정부터 우리의 상황이 정신없이 빠르게 흘러갔고 그 과정에서 남자친구는 대상포진에 걸리고 나는 눈다래끼 수술에 표피낭 수술까지 하는 등 건강까지 말이 아니었다. 처음 해보는 대출은 과연 정말 실행되는 것인지 이렇게 가만히 있어도 되는 것인지 불안하기만 했다. 다행히 무사히 시간은 흘러갔고 이삿날이 되었다. 반포장 이사로 이사를 마치고 이사 다음날부터 식탁과 소파가 도착했다. 이사 후 8일째인 오늘은 마침내 커텐까지 도착해서 1차로 완성이 되었다. 아직 거실장이 남았지만 2월은 되어야 도착할 듯 하다. 그래도 이제 걸어다닐 수 있는 크기의 공간이 생겼고 빠듯한 예산 안에서 제법 마음에 드는 가구들도 갖춰놓고 지내고 있다. 이 곳에서 시작할 우리의 새 삶은 어떤 모습일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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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이들이 만든 컨텐츠를 좋아한다.

물론 내가 만든 컨텐츠도 좋아한다. 하지만 내 것을 볼 때에는 단점이 먼저 보이고 부끄러운 기분이 먼저 든다. 그래서 내가 찍은 사진도 특별할 것 없다 생각하고 내가 그린 그림도 누구나 다 이 정도는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다른 이들이 찍은 것, 그린 것, 만든 것은 모두 대단해 보이고 하다못해 미운 것은 센스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왜  내가 만든 모든 것들에 대해 관대하지 못할까? 내가 내 것을 아껴주지 않으니 내 사진도, 내 그림도, 내 영상도, 내 발표자료도, 내 연구도 초라해지고 만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나하나 최선을 다 한 결과물이고 나의 노력과 시간이 들어간 결정체들인데 너무 박하다. 그래, 나는 나에게 박하다. 남을 치켜세우는데에만 익숙하고 자신은 깎아내리는 데에 익숙하다. 그렇게 오래 살아오다 보니 자연스레 만족이라는 것과는 멀어졌다. 나는 나 자신에게 만족하지 못한다. 몇 년 동안 실천하려고 노력하고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이고 인정하기'는 객관적으로 나를 바라봐야 한다는 생각에서 시작한 것이었다. 그것은 곧 자기 비하가 되어 있었다. 그러기 위해 시작한 것은 아니었는데...

오늘따라 내가 만든 창작물들을 내가 아껴주고 내가 사랑해주자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그림을 잘 그리는 사람은 아니지만 드로잉북을 보면서 이만큼 따라그릴 수 있고, 사진을 업으로 찍는 사람은 아니지만 취미로 찍는 사진으로 전시를 하고 책을 냈다. 전공은 안 했지만 한 때 영상을 만들어서 돈을 벌었고, 가끔 영상 컨텐츠를 만들어 공유하는 것이 재미있다. 내가 만드는 모든 창작물들은 나의 마음속 어떤 기준에 반드시 부합해야만 잘한 것이 아니고 누군가에게 칭찬을 받기 위한 것도 아니다. 남들만큼 잘해야 하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나에겐 나만의 속도가 있고 깊이가 있고 개성이 있다.

정말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이고 인정하기'는 그 속도와 깊이와 개성을 알아차리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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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충류라니

2022. 9. 26.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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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땐 곤충, 파충류는 물론이거니와 강아지, 고양이도 무서워했다. 물론 요즘엔 "나만 없어 고양이."를 외치는 사람이 되었다.

그런 내가 요즘 반려 파충류와 함께 산다. 그것은 바로 크레스티드 게코 도마뱀.

남자 친구가 알에서부터 부화시켜서 지금까지 키우고 있는 크레가 한 마리 있었다. 그 이름은 루피타. 귀여웠지만 처음엔 조금 무서워서 다가가지 못했다. 그렇게 몇 번 만난 후 용기를 내어 손에 올려보았다. 그 뒤로 시원한 매력에 빠져버렸다. 루피타의 성격이 그런 건지 원래 크레들이 그런 건지 루피타는 매우 온순했고 아파서 그런지 얌전하고 핸들링도 어렵지 않았다. 그 뒤로 1년쯤 지난 후 크레를 잘 키우기 위해서 이런저런 정보들을 찾아보다가 유튜브에서 '두몽이네 마뱀이들'이라는 채널을 보게 되었고 자동재생의 늪에 빠지게 되는데...

작고 귀여운 생명체에 완전히 마음을 빼앗겨버렸고 그 마음을 받아줄 대상이 필요해졌다. 그래서 그길로 검색해서 집 주변에 있는 파충류샵[워터테일]에 가게 된다. 원래 입양을 바로 할 생각은 없었으나 발길이 쉬이 떨어지지 않아 결국 한 마리를 데리고 집에 오게 되었다. 그날 하늘에 구름이 너무 예뻐서 그 친구의 이름은 [구름]으로 정했다. 처음부터 알아봤어야 했는데 구름이는 성격이 정말.. 내가 꿈꾸던 마뱀이와는 달리 도른뱀이었다.

그로부터 약 한 달 뒤 추석 연휴를 그냥 보내기 아쉬워 다른 파충류샵에 놀러가게 되는데 그곳에서 마음을 빼앗겨 막내를 한 마리 더 입양하게 된다. 구름이 여자 친구를 만들어주기 위해 [렙틸리스 용인점]에서 얌전한 성격에 미구분으로 데려온 이 아이는 데려온 지 4일 만에 수컷이라는 것이 밝혀졌다. 미구분이더라도 데려오기 전에 한 번 더 확인해달라고 했어야 했는데 샵에서 확인을 안 시켜준 것이 괘씸하긴 하지만 입양 전 확인해야 할 것에 대해 하나 더 배웠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데려온 날이라도 우리가 바로 성별 확인을 했더라면 좀 덜 억울했을 텐데... 정말이지 너무나 얌전한 성격과 예쁜 외모에 속아 당연히 암컷일 줄 알았다. 막내의 이름은 내 대학원 등록금으로 데려왔기 때문에 [로꿈]이로 지었다. 5.4그램의 얼굴이 손톱보다 작은 아가였다.

우리 집 첫째 루피타는 25그램으로 MBD라는 병을 앓고 있다. 발병한 지 몇 년 되었는데 더 진행되지 않도록 신경 써주고 있다. 척추도 그렇고 꼬리도 심하게 휘어 꼬리를 자절 시켜주었고 동물병원을 다니면서 치료를 잘 받아서 이제 상처가 거의 아물었다. 아침, 저녁으로 약을 주고 하루에 한 번씩 소독을 해주고 있다. 루피타는 또래들보다 천천히 자라서 아직 25그램이다. 13그램에 데려온 구름이는 이제 17그램의 어엿한 도른 청소년 마뱀이 되었고 5.4그램이었던 로꿈이는 밥도 잘 먹고 핸들링도 잘하는 7그램 예쁜 어린이 마뱀이 되었다. 내가 파충류를 만질 수 있게 되고 파충류 샵을 구경 가고 싶어 하고 도마뱀 외모에 홀려 입양을 해서 같이 살게 될 줄은 정말 꿈에도 몰랐다. 지금은 이 애들의 여자 친구를 만들어주고 싶고, 집도 더 넓은 곳으로 옮겨서 예쁘게 꾸며주고 싶은 생각뿐이다. 우리 애들 건강하게 오래오래 함께 지냈으면 좋겠다.


이번에 충무로에 있는 카페 옥키에서 사진전을 하는데 주제가 '첫 만남'이라서 나는 우리 구름이와 로꿈이 사진을 골랐고 남자 친구는 루피타의 과거와 현재 사진을 골랐다. 우리의 첫 만남을 기념하기 위해서. 

 

우리집 막내 [로꿈]이
월간 옥키 기획전 37 첫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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