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이들이 만든 컨텐츠를 좋아한다.

물론 내가 만든 컨텐츠도 좋아한다. 하지만 내 것을 볼 때에는 단점이 먼저 보이고 부끄러운 기분이 먼저 든다. 그래서 내가 찍은 사진도 특별할 것 없다 생각하고 내가 그린 그림도 누구나 다 이 정도는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다른 이들이 찍은 것, 그린 것, 만든 것은 모두 대단해 보이고 하다못해 미운 것은 센스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왜  내가 만든 모든 것들에 대해 관대하지 못할까? 내가 내 것을 아껴주지 않으니 내 사진도, 내 그림도, 내 영상도, 내 발표자료도, 내 연구도 초라해지고 만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나하나 최선을 다 한 결과물이고 나의 노력과 시간이 들어간 결정체들인데 너무 박하다. 그래, 나는 나에게 박하다. 남을 치켜세우는데에만 익숙하고 자신은 깎아내리는 데에 익숙하다. 그렇게 오래 살아오다 보니 자연스레 만족이라는 것과는 멀어졌다. 나는 나 자신에게 만족하지 못한다. 몇 년 동안 실천하려고 노력하고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이고 인정하기'는 객관적으로 나를 바라봐야 한다는 생각에서 시작한 것이었다. 그것은 곧 자기 비하가 되어 있었다. 그러기 위해 시작한 것은 아니었는데...

오늘따라 내가 만든 창작물들을 내가 아껴주고 내가 사랑해주자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그림을 잘 그리는 사람은 아니지만 드로잉북을 보면서 이만큼 따라그릴 수 있고, 사진을 업으로 찍는 사람은 아니지만 취미로 찍는 사진으로 전시를 하고 책을 냈다. 전공은 안 했지만 한 때 영상을 만들어서 돈을 벌었고, 가끔 영상 컨텐츠를 만들어 공유하는 것이 재미있다. 내가 만드는 모든 창작물들은 나의 마음속 어떤 기준에 반드시 부합해야만 잘한 것이 아니고 누군가에게 칭찬을 받기 위한 것도 아니다. 남들만큼 잘해야 하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나에겐 나만의 속도가 있고 깊이가 있고 개성이 있다.

정말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이고 인정하기'는 그 속도와 깊이와 개성을 알아차리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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